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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잔혹사

건너건너, 이런 트윗을 봤다.


왜 이런 코멘트를 사족으로 달았는지 모르겠네. 여권운동 하면서 여성을 절대적 약자/피해자 위치에 놓는 게 유리하니 장애인의 위치(불가촉천민)마저 이용하는 걸로밖에 안 보임. 장애인 시위 현장에서 동정이나 시혜적인 시각을 줘보기는 했고? 나도 시위했지만 비장애인 방해한다며 욕 처먹은 기억밖에 없는데, 어떻게 된거죠? 여성은 장애인만도 못한 처지라는 걸 말하고 싶나? 여성이 지구 최약자라 생각하나?

물론 장애남성도 여성을 혐오함. 여성이 약자인 건 맞다. 하지만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은 여자든 남자든 일단 제3, 혹은 제4의 인간(여성은 이등시민 취급이니까), 열등해서 차마 동일선상에 놓기 힘든 인간이잖아. 성별조차 존중해주지 않잖아. 그냥 다 싸잡아서 장애인이고 병신이지. 비장애인과 장애여성, 혹은 장애인끼리의 성차별을 논하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적어도 이제 한국에서 여자아이라고 학교 안 보내진 않잖아? 하지만 장애아는 아직까지도 의무교육조차 못 받는 일이 너무 흔하고, 또 많은 사람에겐 그게 당연하다고. "어쩔 수 없"으니까.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차별을 장애인인 나라고 안 겪을까? 결혼이나 연애에 있어서 절.대. 여자 취급 안해도 성적으로 착취하고는 싶어함. 물리적인 힘이 비장애여성보다 더 약하니 얼마나 쉬운 상대야. 거기에 플러스, 장애인이기 때문에 겪는 차별이 더해지는 거라고. 얼마 전엔 젠더사이드도 핫한 이슈였던데, 누구든 지금 임신한 아이가 장애아면 죄책감 1도 없이 낙태할거잖아. 세상에 태어나는 게 공식적으로 금지된 집단이 장애인임.

아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아이 부모들(아마 평소 장애인 권리에 1도 관심 없었을)은 노키즈존 얘기하면서 장애인 출입금지랑 노키즈존이랑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썰을 풀더라. 그분들 실제론 노키즈존이나, 장애인 출입이 사실상 금지된 지역에 대해 인식/시설 개선하자고 운동하진 않음. 장애인들이 투쟁으로 얻은 공공시설(지하철역 내 빗면, 엘리베이터 등)은 유모차로 이용하면서,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차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운동엔 절대 동참 안하고. 고속버스에 휠체어가 탈 수 있게 되면 유모차도 탈 수 있다. 휠체어 들어갈 수 있게 빗면을 만들어둔 식당엔 유모차도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과 함께 투쟁하진 않는다. 아마도 애가 다 자라면 그런 시설, 자기들에겐 필요 없어질테니까? 필요에 따라 잠깐 인용하긴 하지만 그분들께도 장애인은 타자다. 아이가 잠깐 장애인만큼이나 차별 받더라도 시간이 자나면 자라고, 그럼 위치가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위 트윗같은 태도는 장애인을 두 번 죽인다. 약자인 것도 서러운데 그것조차 부정당하는 거잖아. 성차별의 사실을 부정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 "요즘은 여성상위시대 아니야? 농담만 좀 잘못해도 큰일나는 세상인데 여성차별이 어딨어?" 이런 발언이 여전히 차별이듯, 장애인이 비장애인 여성보다 더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 역시 차별이다. 지적장애인을 납치해 몇 십 년간 노예처럼 부려먹고, 지적장애소녀를 한 마을 개저씨와 노인들이 윤간하는 등의 일까지 가지 않아도.

여성들이 증오와 살해협박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장애인을 증오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나요? 최소 "내가 이래서 장애인들 싫어해" 같은 말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같네요? 내 아이가 지적장애인과 함께 교육받게 할 수 없으니 장애인 분리교육 주장하는 분들이 누구시더라. 오히려 적응하기 힘든 쪽은 장애아동일 거리면서 걱정해주는 척, 분리교육 강하게 주장하는 분들, 그분들 다 장애인이신가? ㄴㄴ 비.장.애.인.임.

살해협박이 사소하다는 얘긴 절대 아니다. 나도 그 일에 분노했고, 너무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함. 하지만 이런 것도 생각해보자.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은 납치와 감금을 당해도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거나 변호할 능력이 없다. 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묻혔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아내지 못할 거다. 살해협박 정도가 아니라 아마 바로 실행각일걸.

애초에 장애인과 여성의 문제를 저렇게 단순비교할 수 없단 뜻이다. 혐오의 기제는 동일한 게 맞음. 당신이 남자에게 차별받고 혐오받는 바로 그 기제로 당신도 장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고 있다고. 그리고 그걸 부정하고 있고. 가벼운 예로, 트위터에서 엄청나게 PC한 척 하는 선비들(남녀불문)조차 "병신"이란 욕을 얼마나 좋아들 하시던지. 쓰지 말라고 직멘해도.

약자가 다 정의로운 건 아니다. 장애인 차별엔 남녀 따로 없던데? "정의로운 나, 나부터도 약자인 내가 장애인을 차별할 리 없어!" 이런 스탠스 너무 유치한데 맨날 보는 거고요. 차별은 거대 빌런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거임. 지옥에서 온 악마가 장애인 차별따위 하고 앉아 있기엔 너무 따분하고 시시하지 않겠나.

그래서 내가 그동안 장애인으로서, 혹은 장애여성으로서 당해온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차별, 평밤한 비장애인들에게 당한 차별을 여기에 기록하기로 했다. 위의 트윗처럼 여성차별과 장애인차별을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페미니즘 운동에 딴지 걸려는 의도는 물론 아니다.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어도 나 역시 여성차별에 분노하고, 반대한다. 나도 여자니까.

장애인과 여성, 두 카테고리가 모두 내 정체성이지만 사회에선 장애인이라는 소수집단과 여성이라는 약자집단끼리도 반목함. 마치 두 집단간 교집합이 없다는 듯이. 이왕이면 지금 물 들어와서 노 젓는 여성운동이 장애여성도 안고 가줬음 좋겠는데, 페미니스트도 장애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그냥 장애인이라니 섭섭하다. 역시 인간은 연대를 할 줄 모르는 동물이다. 뭐 거기까진 이해한다. 상황 바뀌면 나도 그럴지 모르니까. 하지만 제발 저런 식으로 장애운동까지 걸고 넘어지진 말자.

다른 장애인분들은 "나도 결국 너와 같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오히려 구체적인 차별 경험을 공개적인 페이지에 쓰시지 않는 것같다. 이해가 된다. 아마 믿어주지도 않을 테니까. 어처구니 없는 일화가 많지만, 다 사실이다.


나도 그런 일들을 당하면서 이딴 야만이 벌간 대낮에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전엔 상상조차 못해봤다. 비상식적인 인간이 이렇게나 많은 원인이 나 역시 너무 궁금하다. 요즘 너무 피곤해서 글리젠이 빠르진 않겠지만 ㅋㅋㅋ 도전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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